가을의 정취를 품은 천년고찰..
가을 단풍 명소로 알려진 법주사와 부석사
한국의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을 찾아가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그중에서도 법주사와 부석사는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역사적 가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다.
법주사
충북 보은군 속리산에 자리 잡은 법주사는 553년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사찰이다. ‘법이 머무르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법주사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풍부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법주사의 가을은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이 시기에 방문하면 울긋불긋 물든 단풍나무들 사이로 고풍스러운 사찰 건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대웅보전 주변의 단풍은 그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룬다.
법주사에는 엄청나게 큰 불상이 있다. 이 불상은 금동미륵대불로 알려져 있다.금동미륵대불의 높이는 33m에 달하는데, 이는 12층 아파트와 비슷한 높이이다. 무게는 160톤으로, 점보제트기의 무게와 맞먹는다.
이 불상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 입상 불상이었지만, 1993년 홍콩에 더 큰 불상이 세워지면서 2위로 밀려났다.이 불상의 역사는 꽤 흥미롭다. 원래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금동불상이었으나,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에 의해 훼손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 복원 과정을 거쳤는데, 시멘트로 만들어졌다가 1990년에 청동으로 다시 만들어졌고, 2002년에는 금도금을 입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금동미륵대불은 법주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특히 맑은 날 태양 아래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법주사에서 꼭 봐야 할 명소로는 팔상전(국보 제55호)과 쌍사자 석등(국보 제5호)이 있다. 또한, 600년 수령의 정이품송은 세조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로 유명하다.
1464년(세조 10년)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할 때의 일이다. 세조의 가마가 이 소나무 아래를 지나게 되었는데, 소나무의 가지가 아래로 처져 있어 가마가 걸릴 것 같았다. 이에 세조가 “가마가 걸린다”고 말하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위로 들어올려 왕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게 했다고 한다.세조는 이 소나무의 충정에 감동하여 그 자리에서 정이품(정2품)의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정이품은 현재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높은 벼슬이다. 이로 인해 이 소나무는 ‘정이품송’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법주사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사찰 내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단풍과 문화재를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아침 일찍 방문하면 안개에 싸인 사찰의 신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법주사 여행 정보]
위치: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379
단풍 절정 시기: 10월 말 ~ 11월 초
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 사찰 주변 공영주차장 이용 (유료)
부석사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부석사는 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화엄종의 본산지로 알려져 있다. 부석사는 특히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데, 사찰로 향하는 은행나무 길이 황금빛으로 물들면 그 장관이 절정에 달한다.
부석사의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다. 이 시기에 방문하면 사찰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은행나무 길을 걸으며 마치 황금빛 터널을 지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지는 은행잎들이 마치 황금 비가 내리는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부석사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이다. 고려 시대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이 건물은 주변의 단풍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또한,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는 저 멀리 펼쳐진 소백산맥의 풍경은 가히 절경이라 할 만하다.
부석사 창건과 관련된 전해져오는 유명한 전설이 있다. 의상대사가 당나라 유학 시절, 선묘라는 여인이 대사를 사모하게 되었다고 한다. 의상대사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제자로 삼았지만, 급히 신라로 돌아오게 되어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
선묘는 의상대사가 탄 배를 보고 “용이 되어 스님의 무사 귀환을 돕겠다”며 바다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이후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창건할 때, 용이 된 선묘가 나타나 큰 바위를 공중에 띄워 방해하는 세력들을 물리쳤다고 전해진다.
이 떠 있는 바위 때문에 절 이름이 ‘부석사(浮石寺)’, 즉 ‘뜬 돌의 절’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도 부석사 무량수전 뒤편에 이 ‘부석(浮石)’이라 불리는 바위가 있어, 전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부석사를 방문할 때는 일출과 일몰 시간을 노려보는 것도 좋다. 특히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부석사 여행 정보]
위치: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단풍 절정 시기: 10월 말 ~ 11월 초
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500원
주차: 사찰 주변 공영주차장 이용 (무료)
법주사와 부석사 모두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명소다. 단풍 절정 시기에 맞춰 방문하면 최고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이 시기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리므로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또한, 주말보다는 평일에 방문하면 좀 더 여유롭게 사찰과 단풍을 즐길 수 있다. 고요한 사찰의 풍경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법주사와 부석사로의 여행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