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산 질마재길은 미당 서정주 시인이 살던 선운리에서 바다로 이어진 옛길로, 과거 소금을 팔기 위해 이 길을 걷던 이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역사적인 산책로다.
총 4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이 길 중에서도 특히 제4코스인 ‘보은길’은 선운산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길로, 선운사의 창건자인 검단선사의 은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검단선사가 도적들에게 소금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준 은혜를 갚기 위해 매년 소금을 공양하러 이 길을 걸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선운산, 도솔천 따라 붉게 물드는 가을
선운산은 ‘도솔산’이라고도 불리며,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선운사를 비롯해 진흥굴, 도솔암, 내원궁, 마애불 등의 문화재가 곳곳에 자리해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장소다.
가을철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선운산은 특히 질마재길을 따라 펼쳐지는 붉은 단풍이 인상적이다. 도솔천을 따라 흐르는 물은 도토리에서 우러나온 탄닌 때문에 거울처럼 반짝이며, 이 때문에 더욱 붉게 빛나는 단풍을 만들어낸다. 이런 특별한 경관 덕분에 선운산의 가을은 색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질마재길 코스와 여행 준비
질마재길은 총 길이 40km로, 코스에 따라 2~5시간 정도 소요된다. 비교적 쉬운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경사가 가파른 곳도 있어 체력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편안한 신발과 복장, 물과 간식, 그리고 모자와 선크림을 챙기는 것은 필수다. 또한, 응급처치용품이나 호루라기 같은 비상용품도 준비해두면 좋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길이 미끄럽고 험해질 수 있으므로, 안전에도 유의해야 한다.
주변에는 고창읍성, 고창 고인돌 유적, 고창 갯벌 같은 관광지도 있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다. 특히 가을에 선운산을 방문한다면, 정읍 내장산처럼 붐비는 곳과 달리 한적하게 단풍을 즐길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11월 초가 되면 선운산의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데, 사람들이 몰리지 않아 조용히 단풍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질마재길에서의 특별한 가을 여행
가을이면 선운산 질마재길을 따라 걷는 여행은 고즈넉한 자연과 깊은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붉게 물든 단풍과 선운사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며, 도솔암까지 가볍게 다녀오는 코스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며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해 보자.
선운산 질마재길은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숨겨진 명소다. 자연 속에서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이번 가을엔 고창 선운산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