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시간을 품은 나무
영월 하송리 은행나무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에 자리 잡은 하송리 은행나무는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로 알려져 있다. 천연기념물 제76호로 지정된 이 나무는 수령이 1,000~1,2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29m, 둘레 14.8m의 웅장한 크기를 자랑한다.
11월 중순을 넘어선 지금, 예년 같으면 이미 낙엽이 다 떨어졌을 시기지만, 올해는 유난히 따뜻한 날씨 덕분에 하송리 은행나무의 단풍이 늦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란 은행잎들이 아직 나뭇가지에 남아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거대한 나무 아래 서면, 수백 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깊은 주름이 새겨진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넓게 퍼진 가지들은 마치 하늘을 떠받치는 듯한 모습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들이 살랑거리며, 노란 은행잎들이 하나둘 땅으로 내려앉는다.
이제 막 떨어지기 시작한 낙엽들이 나무 주변을 노란 양탄자처럼 덮고 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가을의 끝자락을 실감케 한다. 아직 나뭇가지에 남아있는 잎들과 땅에 쌓인 낙엽들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하송리 은행나무에는 여러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나무 속에 신통한 뱀이 살고 있어 해충이 접근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부터, 이 나무에 정성껏 빌면 아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전설들은 이 나무가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은행잎들이 떨어져 내리겠지만, 그 모습 또한 아름답다. 겨울을 준비하는 하송리 은행나무의 모습은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는 듯하다. 곧 앙상한 가지만 남겠지만, 그 모습 역시 천년을 이어온 생명력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하송리 은행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증명하는 살아있는 역사이자,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늦가을의 따뜻한 날씨 속에서, 이 거대한 생명체가 또 한 번의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